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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깊이 알기

인터넷이라는 말이 가지는 뜻

오늘은 인터넷(Internet)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봄으로써 인터넷의 구조와 역할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어원적으로 인터넷이라는 말은 두 단어를 합해 만든 조어입니다. 먼저 국제 (inter-national) 혹은 대륙간 탄도탄(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과 같은 말들에서 알 수 있듯이 inter라는 말은 사이()를 의미하고, net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인터넷은 네트워크 사이의 연결, 의역하자면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는 뜻이 됩니다. 지구가 넓다 보니, 와이파이처럼 우리가 잘 아는 랜(LAN; local area network)만 가지고는 전 지구를 연결해 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가 없겠죠. 따라서 지역적인 네트워크들을 연결해 보다 큰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은 확실히 그런 일을 해 줍니다.

 

하지만 이처럼 공간적인 한계를 극복해 내는 것만이 인터넷이 필요한 이유는 아닙니다. 만일 그 이유 때문이라면 아마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필요한 데는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우선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기술들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새롭고 더 좋은 기술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쓰였거나 쓰이고 있는 네트워크 기술의 예로는 이더넷(Ethernet), FDDI, ATM, Frame Relay, SNA, 와이파이, LTE, 5G 등이 있지요. 사실 이 외에도 많습니다. 이 중에는 여러분들이 들어본 기술도 있겠지만 생소한 것들도 많을 것입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 기술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와이파이, LTE, 5G는 누구나 알지만 Near Field Communication (NFC)Ultra-Wide Band (UWB) 기술이라는 것이 요즘의 스마트폰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모르셨던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이들 네트워크들은 모두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스와힐리어와 한국어처럼, 서로 다른 언어 같아서 서로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APC방에서처럼 이더넷에 연결되어 있고, 다른 컴퓨터 B는 스마트폰처럼 LTE에 연결되어 있다고 합시다. 컴퓨터 A는 같은 이더넷에 연결된 (이더넷 "동네"로 비유하면 되겠네요) 컴퓨터와는 이더넷이라는 기술(언어)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LTE 네트워크에 연결된 (비유컨대 LTE "동네"에 사는) B와는 이더넷이라는 언어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B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A가 LTE라는 언어를 구사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컴퓨터 A와 B는 서로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이 이미 있는 지금은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끼리의 연결이 되지 않으면 이더넷 같이 기껏해야 수십대의 컴퓨터로 구성된 작은 랜 (LAN) 규모의 단일 네트워크는 만들어 쓸 수 있어도, 각기 다른 기술을 쓰는 네트워크들을 모두 엮어 전 세계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 개척자들이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구상했을 때 극복해야했던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이와 같이 네트워크 기술 간의 비 호환성(incompatibility)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인터넷이 서로 다른 네트워크 기술 간의 비호환성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